경제학자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경제학자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느 하나를 더 많이 원하면 다른 것은 그만큼 적게 가질 수밖에 없다.
초판 서문
2008년에는 우유 가격이 예전보다 매우 비쌌다. 한 경제학자가 낙농업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농부는 우유 생산에 들어가는 각종 원자재의 가격이 인상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톱밥의 가격이 1년 만에 두 배가 됐다. 그는 소들이 편하게 누워 잘 수 있도록 바닥에 톱밥에 깔아준다고 했다. 그런데 톱밥 가격은 왜 올랐을까? 신규 주택 건설이 줄었기 때문이다. 집을 적게 지으면서 톱밥의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다.
학교 식당에서 우유 가격을 낮추는 방법으로 시민들을 만족시키기로 가정했다고 해보자. 하지만 시민들은 높은 집값 같은 또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불평하고 있다. 이 두가지는 동떨어져 존재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톱밥을 사용하는 것이 집값을 올리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톱밥은 건설 업계에서 널리 사용하는 파티클 보드의 중요한 원재료로, 통나무와 합판보다 더 저렴한 대체재다. 소에게 깔아주느라 톱밥이 부족해지면 파티클 보드의 생산량이 줄 것이고, 그러면 파티클 보드의 가격이 올라가 주택 건설 비용을 상승시킬 것이다. 다수의 사람은 이런 상관관계를 잘 모른다.
별것도 아닌 이 톱밥의 사례는 다양한 희소 자원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떤 계획 담당자도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는 없다. 이것이 우리가 시장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이유다. 비싼 우유 가격을 내리는 방법이 이렇게 복잡하다면, 전체 경제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일은 얼마나 복잡할지 상상해보라.
배를 타고 북극의 바다를 지날 때는 빙산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 특별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정부가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해서 그냥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 프로그램이 비효율적이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성과를 낸다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회비용
경제학자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프로그램에서조차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를 본다. 한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할 때마다 (목표 달성에 성공했더라도) 다른 프로그램이나 민간 지출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나 투입할 자금은 줄어든다. 이것이 기회비용의 개념이다. 즉 희소한 자원을 어딘가에서 사용한다는 결정이 다른 곳에서 대안을 포기하게 함으로써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뜻이다.
이미 지출된 돈과 사용된 자원은 ‘매몰비용’이다. 매몰비용은 회수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시점의 결정과는 경제적으로 관련이 없다. 일테면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엔지니어와 경제학자
기회비용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경제학자들은 계속해서 다른 전문가들과 갈등을 겪게 된다. 기술자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연방항공청은 공항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 공항이 덜 붐비는 시간대를 이용하게 하는 가격 변경 방법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 대신 비용이 많이 드는 새로운 공항 건설 프로젝트를 선호했다.
만약 당신이 엔지니어라면 평범한 다리와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가운데 어떤 것을 만들고 싶어 할까?
추가 논의
기회비용은 회계사나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기회비용의 중요한 원천은 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부담해야 할 더 비싼 가격과 더 많은 세금이다. 이런 목표 설정은 최고 수준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는 어느 하나를 더 많이 원하면 다른 것은 그만큼 적게 가질 수밖에 없다.
한계주의
경제학에서 한계(marginal)라는 용어는 대체로 다른 단어와 함께 사용된다. 한계편익 또는 한계효용은 한 단위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조금 더 이용하는 데서 얻는 추가적인 만족을 말한다. 그리고 한계비용은 한 단위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추가로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우선순위 설정과 한계주의
한계주의에 따르면 우리는 순위가 아니라 비율에 관심을 둬야 한다. 선택을 강요받으면 모든 사람이 여가 활동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다이빙 사고로 죽는 사람이 있으니 수영장의 모든 다이빙대를 없애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여기에 더해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조차 추가 자금 대부분을 투입할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 한계주의는 특정한 기회의 비용과 편익을 자세하게 살펴볼 것을 요구한다.
경제적 인센티브
경제적 인센티브와 환경 문제
영국과 프랑스, 인도, 노르웨이 등은 2040년 또는 그 이전에 신형 휘발유나 디젤 차량의 판매를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적어도 8개국이 전기차 판매 목표를 설정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접근법과 마찬가지로 기준을 초과 달성할 동기유발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법은 기업이나 소비자가 2040년 이전에 휘발유 차량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보상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2040년에는 전기 차량이 오염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오염에 부과하는 세금은 정부 관료들이 굳이 오염 물질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효율적인 방식으로 오염 물질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내는 시장을 만들어낸다.
경제학자들은 기업평균연비 규제(CAFE - 자동차 회사가 매년 판매하는 모든 신차가 충족해야 하는 평균 연비를 설정함으로써 미국의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설계됐다) 접근법에는 세 가지 중요한 허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반동 효과 (rebound effect)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연비가 두 배 좋은 차로 바꾸면 차를 10% 더 많이 타고 다닌다. 둘째, 연비를 높이는 기술이 자동차 가격을 올리고, 이는 사람들이 더 비싼 차의 구매를 늦추면서 기존 차를 더 오래 타게 한다. 경제학자들은 더 높은 CAFE 기준에 따른 15%의 오염 배출 감소 효과는 더 낡고 연비가 나쁜 차량의 도로 운행 시간을 증가시키는 현사으로 상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셋째, CAFE 기준은 차를 구매한 이후 덜 이용하는 것에 관해 어떤 인센티브도 주지 않는다. 휘발유에 부과하는 세금은 차를 더 많이 이용하면 그만큼 개인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차를 더 많이 이용하면 그만큼 개인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차를 더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은 연비가 더 좋은 차를 구매해야 하는 동기가 생긴다.
추가 논의
‘사익의 공적 활용’에 관한 생각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론과 실제를 통해 사람들은 가치 있는 어떤 것의 가격이 오르면 덜 소비하고, 가격이 내려가면 더 많이 소비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래서 단순한 공급과 수요 곡선을 공공 부문에 적용할 방법을 오랫동안 요구해왔다.
정책 입안자들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센티브를 시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경솔한 인센티브의 시행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하는 사례를 이탈리아 아브루치라는 가난한 작은 마을이 보여준다. 이 마을은 독사가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래서 마을의 아버지들은 독사를 죽일 때마다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히려 마을의 독사 수가 증가했다. 마을 사람들이 보상금을 타려고 지하실에서 독사를 기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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