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컨셉이란 무엇인가
컨셉의 역할
첫 번째로 컨셉은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명확한 ‘판단 기준’을 부여합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무수한 의사 결정의 연속이지요. 그럴 때 컨셉은 독자적인 판단 기준이 됩니다. 컨셉이 없다면 일반적인 합리성이나 비용 같은 수치에만 기대어 결정을 내리게 되겠지요.
컨셉의 두 번째 역할은 만드는 대상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컨셉이 없으면 큰 방향성부터 세세한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전부를 적합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컨셉은 고객이 지불하는 ‘대가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소비자는 4분의 1인치 드릴을 원하는 게 아니라, 4분의 1인치 구멍을 바라는 것이다”라는 경영학자 시어도어 레빗의 말은 이미 유명하지요. 이처럼 사물 자체가 아닌 사물이 존재하는 의미를 포착한 컨셉은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스타벅스, 제 3의 장소
컨셉과 구성 요소는 왜와 무엇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초보자에게 컨셉을 써보라고 하면 대부분 무엇을과 어떻게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스타벅스를 ‘여유로운 공간에서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장소’라고 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부분적인 설명은 가능하더라도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떤 음악을 틀어야 하는지 등 다른 요소를 판단하는 기준은 되어 주지 못합니다. 모든 요소를 결정하는 것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니까요.
흔들림 없는 ‘왜’가 컨셉으로서 경영의 중심에 자리해야만 ‘무엇을’, ‘어떻게’와 같은 구성 요소를 각기 다른 시대에 걸맞게 다시 해석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컨셉의 조건
‘5GB 용량의 MP3 플레이어’를 컨셉으로 내세운 다른 회사의 제품도 아이팟과 마찬가지로 1000곡 분량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곡을 고르려면 버튼을 열 번 이상 눌러야 했습니다. … 개발자에게 주어진 것은 5GB의 사양으로 MP3 플레이어를 만드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애플의 개발팀은 어땠을까요? ‘주머니 속의 1000곡’이라는 말은 ‘5GB 용량의 MP3 플레이어’라는 말을 듣고는 결코 상상하지 못한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주머니에 기기를 넣고 1000곡의 노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의 모습 말이지요.
5GB라는 사양을 사용자의 눈높이로 바꿔 말하면, 1000곡이 들어간다가 됩니다. MP3라는 기술을 아주 간단한 말로 하면 주머니에 들어가는 크기라고 할 수 있지요. 기술을 먼저 말할 것인가, 고객의 입장에서 말할 것인가. 이 2개의 문구를 나누는 것은 관점입니다.
컨셉은 선전 문구가 아니다.
실체를 근사하게 전달하는 말인가, 실체를 만드는 말인가. 이것이 선전 문구와 컨셉의 큰 차이입니다.
컨셉은 테마가 아니다.
테마가 마주해야 할 과제를 가리킨다면, 컨셉은 고유한 답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치유라는 테마에 대해 스타벅스는 ‘제3의 장소’라는 답을 내놓은 셈이지요. 에어비앤비는 ‘여행과 인생’이라는 테마에 대해 ‘전 세계 어디든 내 집처럼’이라는 답을 내놓았고요. ‘의류 산업의 어두운 이면’이라는 테마에 대한 에버레인의 답은 ‘급진적 투명성’이며, ‘디지털 시대의 음악 체험’이라는 테마에 대한 애플의 답은 ‘주머니 속의 1000곡’이었습니다.
2장, 컨셉을 이끌어내는 질문 만들기
창의성의 5단계
과거에는 창의성을 레벨2의 범위 안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한 가지 질문에 대해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능한 한 많이 생각해 내는 사람을 창의적이라고 칭찬했지요. 그러나 컨셉 만들기와 창의적 발상이란 레벨 3이후를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 상식적인 질문에 의문을 제기하는데서부터 컨셉 설계가 시작된다는 뜻이지요.